[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유승민,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
전승원 편집국장
news@segyenews.com | 2015-04-09 04:15:35
공약가계부 134조5000억 더 이상 지킬 수 없다는 점 '반성'
▲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
8일 유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새누리당은 보수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며 "성장과 복지의 균형 발전을 추구하는 정당이 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자유시장경제와 한국 자본주의의 결함을 고쳐 한국 경제체제의 진화를 위해 노력하는 정당이 되겠다"면서도 "그러나 국가안보만큼은 정통 보수의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특히 "새누리당은 가진 자, 기득권 세력, 재벌 대기업의 편이 아니라 고통받는 서민과 중산층 편에 서겠다"며 보수 여당의 '변신'을 강조했다.
최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유능한 경제·안보 정당'을 선언하고 중도층 공략에 나서자, 새누리당이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제3의 길'을 통해 지지층 확장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또 유 원내대표는 "가진 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내고, 법인세도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원칙, 그리고 소득과 자산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보편적 원칙까지 같이 고려하면서 세금에 대한 합의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정부의 정책 실패를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도 파격적이었다. 그는 지난 대선 공약과 관련해 "134조5000억원의 공약 가계부를 더 이상 지킬 수 없다는 점을 반성한다"며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대해서도 "극심한 단기 불황이 찾아오지 않는 한 단기 부양책은 다시는 끄집어내지 말아야 한다"며 "녹색성장, 4대강 사업, 창조경제를 성장의 해법이라고 자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기가 3년 가까이 남은 박근혜정부가 근본적인 개혁의 길로 나아가길 희망한다"며 "그다음 정부가 후퇴시킬 수 없는 개혁의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면 역사적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원내대표는 대기업을 향해 높은 수위의 고통 분담도 요청했다. 그는 "재벌 대기업은 정부의 특혜와 국민의 희생으로 오늘의 성장을 이뤘다"면서 "재벌도 개혁에 동참해야 하며 천민자본주의 단계를 벗어나 비정규직, 청년실업 등을 해결하는 데 자발적으로 동참해 존경받는 대기업상으로 거듭나라"고 요구했다.
정치권을 향해선 "진영싸움을 중단하고 국가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진단은 옳았지만 처방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면서도 "새누리당의 놀라운 변화"라는 호의적 반응을 나타냈다.
유 원내대표의 파격적인 연설로 여권 내 기류가 묘하게 흐르고 있다. 개혁파인 유 원내대표가 청와대를 향해 대립각을 세운 데다 새누리당 내 다른 생각을 가진 의원이 많다는 점에서 자칫 여권 내 노선 투쟁이 점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야당(유은혜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이번 유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명연설이라는 호평이 나왔다.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두고 상대 당이 칭찬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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