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은 35억, 감정가는 36.8억"…강북구청 '임시청사 쇼핑' 논란
전승원 대기자
korea25d@daum.net | 2026-10-14 10:34:55
- 감정가가 시세 호가 웃돌고 '선 매입 의향·후 현장 실사' 등 행정 절차 타당성 공방
[한국행정신문 = 전승원 대기자] 서울 강북구가 임시청사로 사용할 47년 된 노후 건물을 매입·리모델링하는 데 약 41억 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추진하면서, 매입 가격의 적정성과 행정 절차의 타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구청이 책정한 매입비는 약 36억 8,590만 원, 보수 및 리모델링비는 약 4억 309만 원으로, 총사업비는 40억 8,900만 원에 이른다.
문제는 감정평가액이 시세 호가보다 오히려 높게 책정됐다는 점이다. 강북구 한천로 1001(번동 417-7) 소재 이 건물(지하 1층·지상 3층)에 대해 해민감정평가는 37억 960만 원, 퍼스트감정평가는 36억 6,220만 원을 제시했다. 두 감정평가액의 산술평균은 약 36억 8,590만 원이다.
그러나 해당 토지의 공시지가와 건물 시가표준액을 합산한 기준가격은 20억 5,084만 원으로, 감정평가액과 약 16억 3,506만 원의 차이가 난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확인된 매물 호가 34억 9,000만 원과 비교해도 감정평가액이 약 1억 9,590만 원 높다. 감정평가 수수료(부가가치세 포함)는 두 감정가를 기준으로 약 630만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소유주인 강북새마을금고는 2006년 이 부동산을 14억 6,000만 원에 매입했다. 강북구가 감정평가액 수준인 약 36억 8,590만 원에 매입을 강행할 경우, 새마을금고는 당시 매입가와의 차액만 약 22억 2,590만 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거두게 된다. 건령 47년의 노후 건물을 임시청사 용도로 들여오면서, 구가 매물 호가보다 높은 금액을 지불해야 할 합리적 근거를 제시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이유다.
행정 절차를 둘러싼 공방도 만만치 않다. 강북구는 8월 25일 건물 소유주인 새마을금고 측에 매입 의향 공문을 먼저 발송했다. 감정평가법인의 현장 실사는 그로부터 열흘 뒤인 9월 4일에야 이뤄졌다. 매입 대상 건물에 대한 현장 확인과 감정평가가 시작되기도 전에 구가 '사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셈이다.
이어 강북구는 10월 6일 '2026년도 제5차 서울특별시 강북구 구유재산 관리계획안'을 강북구의회에 제출했다. 구청이 새마을금고 측에 보낸 공문에는 10월 중 매매계약 체결과 잔금 지급을 목표로 한다는 일정까지 명시된 것으로 확인된다. 감정평가 현장 실사 이후 불과 한 달 남짓한 기간 안에 수십억 원 규모의 공공재산 취득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어서, "구의회가 공유재산 관리계획을 심의·의결하기도 전에 매입 방향부터 정해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건물 자체의 상태와 리모델링 예산의 현실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건물은 1979년 8월 사용승인을 받은 뒤 47년이 지난 노후 건축물로, 대지 85.7평, 연면적 170.3평 규모다. 주차 가능 대수는 2대에 불과하다. 강북구는 매입비 약 36억 8,590만 원에 보수·리모델링비 약 4억 309만 원을 더해 총 40억 8,900만 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건물 노후도와 상습 악취 문제 등을 감안하면 4억 원 안팎의 예산으로는 임시청사로서 정상적인 기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밀안전진단이나 구체적인 공사 내역 산정 없이 매입부터 서두르는 방식은, 향후 수억 원대 추가 예산 투입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임시청사 확보 방안으로 '직접 매입'이 '임차'보다 재정적으로 타당한 선택이었는지에 대한 비교 분석 자료 역시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이 건물은 올해 초 35억 2,000만 원에 매물로 나온 바 있다. 그럼에도 강북구가 산정 기준으로 삼은 두 감정평가액의 평균치는 36억 8,590만 원으로, 당시 매물 호가보다 약 1억 6,590만 원 높다. 구청이 어떤 시장조사와 가격 검증 과정을 거쳐 이 금액을 매입 기준으로 설정했는지, 내부 검토와 보고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정보가 공유된 것은 아닌지 등을 둘러싼 의문이 잇따른다.
특히 정창수 강북구청장이 수십억 원 규모의 공공재산 취득을 추진하면서, 기존 매물 가격과 시세 호가를 웃도는 금액을 제시한 배경과 근거를 납득할 만하게 설명하지 못할 경우 예산 낭비 논란은 물론 행정의 투명성과 재정 운용의 책임성, 도덕성까지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감정평가액 산정 과정과 시장가격 비교, 매입·임차 대안 검토, 의사결정 타임라인 등을 객관적인 자료로 공개하고, 그 절차를 투명하게 설명하는 일은 구청장이 피할 수 없는 책무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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