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행정신문 = 박은상 기자] 한국형 핵추진잠수함(K‑핵잠) 구상이 단순한 차세대 잠수함 개발을 넘어, 한국군의 전략 억제 체계를 바꿀 핵심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핵무기는 보유하지 않지만 핵추진 잠수함과 고위력 정밀타격 능력을 결합해 ‘한국형 비핵 전략 억제력’을 구축하려는 방향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현재 거론되는 한국형 핵잠은 배수량 약 5,000톤급 규모로, 농축도 20% 이하 저농축 우라늄(LEU)을 사용하는 비교적 소형 원자로 체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러의 대형 핵잠수함과 비교하면 규모는 작지만, 한반도 주변 해역의 특성을 고려하면 오히려 민첩성과 은밀성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사 전문가들은 동해와 서해, 남해가 수심과 해저지형, 민간 선박 통항량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환경인 만큼, 대형 핵잠보다 중형급 핵잠이 작전 효율성 측면에서 더 적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한국은 이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운용 기반을 상당 부분 확보한 상태다. 해군의 도산안창호급(장보고‑III Batch‑I) 잠수함은 3,000톤급 재래식 잠수함 가운데 국내 최초로 SLBM 발사 능력을 갖춘 플랫폼으로 평가받는다.
이어 개발된 장영실급(장보고‑III Batch‑II)은 수직발사관(VLS)을 10기로 확대해 잠수함의 전략 타격 능력을 대폭 강화했다. 군 안팎에서는 이 같은 VLS 기술과 잠수함 미사일 운용 경험이 향후 핵추진 체계와 결합될 경우, 한국형 핵잠 개발의 핵심 토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통적으로 해군 강대국들은 공격형 핵잠수함(SSN)과 전략 핵잠수함(SSBN)을 별도로 운용해 왔다. SSN은 대잠전과 대함전을, SSBN은 핵탄도미사일 기반 핵 억제 임무를 담당하는 구조다.
반면 한국형 핵잠은 이 두 개념을 일정 부분 결합한 다목적 플랫폼 형태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현무 계열 고위력 재래식 탄도미사일을 잠수함에서 발사할 수 있게 될 경우 적 핵심 지휘부와 항공기지, 지하 벙커 등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전략적 수단을 확보하게 된다.
특히 현무 계열은 초고중량 탄두와 높은 종말 낙하 에너지를 통해 깊은 지하 시설까지 관통 가능한 무기로 평가받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향후 이 계열의 미사일이 잠수함 발사형으로 발전할 경우, 핵무기 없이도 전략 억제 효과를 상당 부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기존 핵보유국의 SSBN 체계와는 다른 개념의 전략 억제 모델이다. 핵탄두 대신 초고위력 재래식 탄두와 정밀 유도 능력을 결합해 적 전쟁 지휘체계와 핵심 전략시설을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형 핵잠이 5,000톤급 수준으로 거론되는 배경에는 군사적 이유뿐 아니라 외교·정치적 고려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배수량과 발사관 규모가 커질수록 주변국의 경계심과 동북아 군비 경쟁 우려가 증폭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군사 안보 전문가들은 한국형 핵잠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 해군의 역할 자체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평시에는 주변국 잠수함과 수상함을 장기간 은밀하게 추적·감시하고, 위기 상황에서는 전략 표적에 대한 정밀 타격 능력을 확보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 한미 연합작전 체계에서도 한국 해군이 단순 지원 전력을 넘어 독자적 전략 타격 옵션을 보유한 파트너로 위상이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핵추진 잠수함 개발에는 막대한 건조 비용과 유지비, 핵연료 관리 문제, 국제 비확산 체제 관련 외교 부담 등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군 안팎에서는 ‘핵은 없지만 핵잠은 있는’ 한국형 모델이 완성될 경우, 한국이 비핵 기반의 독자 전략 억제 체계를 확보하며 사실상 핵잠 보유국 수준의 전략적 위상을 갖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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