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개념 변화에 국산 M-SAM과 탄도탄레이더 사업 '안갯속'
[세계뉴스] 이남우 기자 = 현재 국방부는 우리 군의 전쟁 수행 개념을 공세적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 주관의 업무보고에서 국방부가 우리 군 주도의 공세적 전쟁수행 개념을 정립하겠다고 보고하면서 틀이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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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궁미사일 © 세계뉴스 |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업무보고 후 브리핑에서 “엄중한 안보 상황에서 군이 표범처럼 날쌘 군대로 환골탈태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보고했다”며 “우리 군 주도의 공세적인 전쟁수행 개념이라고 하면 그동안 우리가 해왔던 전쟁수행 개념보다 적극적으로 우리의 안전, 수도권의 안보를 확보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수도권에 대한 적의 공격이라든지, 핵·미사일 공격 같은 것들은 우리가 전면전으로 간주해 적극적인 대응책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240㎜ 방사포와 170㎜ 자주포, 122㎜ 방사포 등을 동원해 수도권을 공격하는 상황이 발생하거나, 핵·미사일로 공격한다면 전면전으로 간주해 북한을 공세적으로 응징하면서 전면전에 대응하겠다는 의미다.
이같은 구상에서 나온 것이 우리 군의 공정(空挺)사단 창설 얘기다. 이는 미 육군의 제101·82 공정사단처럼 적진 깊숙이 조기에 대거 투입되는 공세적 정예 기동부대를 의미한다. 수송기나 헬기 등으로 최단시간에 적진 종심(縱深) 지역 깊숙이 침투해 요충지 점령과 핵심 부대 격멸 등 전략·전술 작전을 수행한다. 개전 초기 적 심장부에 대규모 전력을 침투시켜 치명타를 가해 조기에 전쟁을 종결짓겠다는 것이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방어적 선형(線形)전투에서 공세적 종심 기동 전투로 전쟁 수행방식을 바꾸겠다”고 재확인바 있다.
문제는 이같은 우리 군의 전쟁수행 개념 변화로 그동안 북한 위협에 대응해 구축해 온 ‘한국형 3축 체계’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한국형 3축 체계는 선제타격체계(킬체인)·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대량응징보복체계(KMPR)를 의미한다. 전쟁의 패러다임을 수비형에서 공격형으로 바꾸겠다는 송 장관의 의지에 따라 이들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송 장관은 KAMD 전력의 핵심인 국산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M-SAM) ‘천궁’ 성능 개량 사업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송 장관은 ‘하층 방어가 무슨 소용 있느냐. 공세적으로 가야 하니 패트리엇이면 충분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M-SAM 성능개량 사업은 항공기 요격 능력을 가진 기존 ‘천궁’ 체계를 탄도미사일 요격용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항공기 요격용 천궁은 지난 3일 2017년 공군 방공유도탄 사격대회에 처음으로 참가해 실사격에서 약 40km 떨어진 표적을 정확히 명중함으로써 적 항공기에 대한 요격 능력을 입증한바 있다.
M-SAM의 요격 고도는 20~30km 정도로 패트리엇(PAC-3)과 일부 중첩된다. 적 유도탄 근처에서 터져 파편을 통해 무력화 하는 방식이다. 현재 우리군은 기존 PAC-2 패트리엇 체계를 PAC-3 체계로 성능 개량을 하고 있다. 또 요격고도 40km 이상의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L-SAM)의 국내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 군은 M-SAM·L-SAM 실전배치와 PAC-3 성능 개량을 통해 주한미군 사드를 활용한 KAMD를 완성한다는 목표다. 사드→L-SAM→패트리엇·M-SAM으로 이어지는 4층 방공망이다.
그러나 국방장관의 지시로 M-SAM 성능 개량 사업이 끝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 사업을 위해 이미 1390여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으며 시험평가에서도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아 올해 말 양산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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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궁' 운영 개념도 © 세계뉴스 |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실시간으로 탐지·추적하는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 사업도 마찬가지다. 현재 공군은 2곳의 충청권 감시대에서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그린파인)를 교대로 운용하고 있는데 이 레이더는 탐지거리가 500km 이상으로 해상 감시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시작된게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 2차 사업이다. 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에 따른 것으로, 성능요구조건(ROC)은 탐지거리 800km 이상으로 설정했다. 경상권과 전라권에 각 1기씩 배치해 북한 내륙 뿐 아니라 해상까지 탐지한다는 구상이다. 방위사업청은 올해 말 업체와 계약을 체결해 2기의 신형 레이더를 2020년 이전에 공군에 도입할 예정이었지만, 이 역시 송 장관의 재검토 지시로 묘연해진 상황이다.
군의 작전 개념 변화에 따라 이같은 KAMD 사업에 잇따라 제동이 걸리는가 하면 선제타격체계인 킬체인 무용론도 제기됐다. 킬체인(Kill Chain)은 북한의 도발을 사전에 포착해 이를 선제적으로 타격하는 체계인데 북한의 도발 징후를 미리 탐지해 이를 선제 타격한다는 구상 자체가 실현 불가능한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장영근 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북한의 종심지역에 있는 이동식 발사대를 선제타격하기 위해 (군이 보유를 추진하고 있는 5기의 위성을 이용한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하나의 이동식 발사대만을 가정하더라도 임무 성공 확률은 0.12~2.64%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북한이 다수의 이동식 발사대를 이용해 여러 지역에서 발사 준비를 할 경우 킬체인 작전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장 교수는 “사전 탐지가 가장 어려운 문제인데, 위성이 수백 개 필요하다는 얘기도 있다”면서 “급박한 상황에서 위성이 탐지한 영상정보를 1~2분 안에 판독해야 하지만 상당히 한계가 따른다”고 했다. 이 때문에 우리 군은 정찰위성 뿐만 아니라 250km 내 이동식 표적까지 탐지할 수 있는 ‘조인트 스타즈’(Joint Surveillance Target Attack Radar System) 등의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킬체인과 KAMD 사업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 우리 군의 방위력 증강 사업은 대량응징보복(KMPR) 체계 구축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 장사정포와 갱도를 타격하기 위한 전술지대지 유도무기(KTSSM)와 고위력 탄두를 장착한 현무 미사일 등의 전력이 핵심이다. 이른바 참수작전 부대로 알려진 ‘특임여단’도 이에 해당된다.
국방부는 올해 말까지 전력의 우선순위까지를 포함한 국방개혁안을 마련해 내년 초 청와대에 보고할 계획이다. 국방개혁안이 확정되면 한국형 3축 체계 구축 방향에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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