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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세계뉴스] 전승원 기자 = 미국으로부터 사전에 받기로 한 레이더 기술이전이 미측의 거부로 뒤통수를 맞은 KF-X 사업이 좌초위기다. 미국은 F-35 도입 계약체결이 이뤄지자 레이더 기술이전을 거부했다.
우리 정부가 2025년까지 8조 6,600억원을 들여 미디엄급 전투기를 개발한다는 한국형 전투기, KF-X 사업이다. 정부는 9조 6,000억을 더 투자해 120대를 양산해서 노후 전투기 F-4와 F-5를 대체하겠다는 사상 최대의 국산 무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한국항공우주산업 KAI가 미국 록히드 마틴사의 도움을 받기로 하고 사업에 착수했지만 1년도 안 돼 KF-X 사업은 중단될 위기에 봉착했다.
KF-X는 공군 주력 전투기인 KF-16과 기동성이 유사하지만 레이더를 필두로 한 전자 장비는 KF-16 보다 뛰어난 전투기다. 즉 KF-X의 핵심은 레이더 등을 갖춘 전자장비다.
미국으로부터 F-35 40대를 도입하기로 한 차세대 전투기 F-X 3차 사업의 절충교역으로 우리나라는 미국으로부터 레이더 등 핵심기술을 이전받기로 했으나 미국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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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를 우리 기술로 개발할 수도 있지만 20~30년 걸리는 사업으로 전력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우리 공군이 운용하게 될 KF-X 개발 완료 시점은 2025년으로 10년 뒤인데 잘 못 하다가는 레이더 없는 전투기를 운영할 판이다.
KF-X의 가장 중요한 전자장비는 AESA(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 레이더다. 탐지 거리가 길고 정확도가 뛰어나 복수의 타깃을 자유자재로 잡아내는 전투기의 교전능력을 최고로 끌어 올려주는 핵심 레이더이기 때문에 이 장비의 장착이 없는 전투기는 상상도 할 수 없다.
방사청의 F-X 사업은 F-35 제작사인 록히드 마틴사가 AESA 레이더 개발을 위한 기술 인력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IRST), 전자광확 표적추적장비(EO TGP), 전자파 방해장비(RF JAMMER) 등도 인력 지원 등을 통한 기술이전을 하도록 한미 군 당국은 F-X 3차 사업에서 약속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이 4가지 기술의 이전을 거부하고 있다. 우리 군이 몇 차례 기술 이전 허가를 내달라고 요청했지만 미국은 요지부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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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방위사업청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의원의 관련 질의에 장명진 방사청장은 “미국에서 수출 승인을 거절했다”고 답했다.
그러니까 F-35 40대 구매계약서를 썼더니 미국이 오리발 내미는 꼴이다. 한미 동맹국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우리 정부는 눈이 번쩍 뜨였지만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이날 장명진 방사청장은 “미국의 수출 승인을 거절한 기술은 국내 개발 및 국제 협력 통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 청장의 얘기처럼 우리 손으로 개발해 국산 AESA 레이더 등을 KF-X에 장착하면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한 시나리오지만, AESA 레이더를 개발하는데 통상 20~30년 걸리는 문제다.
현재 유럽 몇몇 나라가 AESA 레이더 기술이전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어처구니없는 상황으로 미국으로부터 받기로 한 AESA 레이더 기술을 돈 주고 구매하는 꼴이라 세금낭비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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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유럽 AESA 레이더를 들여온다고 해도 KF-X에 AESA를 통합하려면 미국이 또 시비를 걸어 올 것이 뻔해 이마저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 전투기를 살 때마다 말썽을 빚어왔다. 미국은 핵심 기술을 거부하다 세월이 흘러 해당 기술이 보편화되면 그때 가서 기술이전을 고려한다. 이번 AESA 레이더도 마찬가지일 공산이 크다.
방사청은 이를 예상해서 꼼꼼하게 따져보고 구매를 결정했는지 의문이다. 애초부터 방사청이 F-X 3차에서 미국의 F-35 대신 유럽의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선정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이 AESA 기술 이전을 끝까지 거부하면 KF-X 사업은 전면 재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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