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경북 성주군청에 사드 설명회를 위해 상주를 전격방문한 황교안 국무총리. 황 총리가 탄 미니버스를 어워싸고 있는 성주 군민들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 세계뉴스 |
[세계뉴스] 최인배 기자 = 15일 경북 성주군청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주민설명회가 파행으로 치달으며 인구 5만 소도시는 벌집을 쑤셔 놓은듯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성난 군민은 황 총리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를 둘러싸고 6시간 넘게 격렬한 대치전을 벌였다.
설명회는 비교적 질서 정연한 가운데 시작했다. 오전 10시 군청 앞 주차장에는 '사드 결사반대' 등을 적은 붉은색 머리띠를 한 학생과 주민 등이 모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참가자는 늘었고, 행사를 시작한 오전 11시께 주민 3천여명(경찰 추산)이 군청 주차장, 주변 도로 등을 꽉 메웠다.
사드배치에 항의해 등교를 거부하거나 조퇴·결과(缺課) 등을 한 학생도 800여명에 이른다.
▲ 성주군청 앞 주차장에 사드배치에 항의해 모여든 학생들이 붉은 머리띠를 둘러매고 농성하고 있다. © 세계뉴스 |
주차장 주변 도로 곳곳에는 '성주 무시하는 사드배치 결사반대', '우리나라가 대한민국이지 대한미국 입니까' 등이 적힌 대형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학생들도 농성에 들어갔다.
본 설명회에 앞서 도의원 2명과 군의원 5명이 삭발하며 사드 배치 반대 의지를 보였다.
이날 경찰은 성주군청, 도로 등 마을 곳곳에 14개 중대 경력 1천200명을 투입했다.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부장관 등 정부 관계자가 현장에 도착하자 고성과 막말로 현장 분위기가 변하면서 날계란과 물병 등이 날아들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황 총리는 셔츠와 양복 상·하의에 계란 분비물이 묻은 상태로 주민에게 "사드배치를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 송구하다"며 "정부는 주민이 아무런 걱정 없이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 국방부장관 역시 "사드 전파가 주민 건강에 전혀 유해하지 않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겠다"고 강조했다.
▲ 주민 설명회 도중 수차례 욕설과 고성을 쏟아내며 정부 관계자들 쪽으로 물병 수십 개, 계란, 소금 등이 던져저 황 총리 양복과 셔츠에 계란이 범벅이 되어있다. © 세계뉴스 |
그러나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민심은 거셌다. 주민은 설명회 도중 수차례 욕설과 고성을 쏟아내며 정부 관계자들 쪽으로 물병 수십 개, 계란, 소금 등을 던졌다.
일부 주민은 정부 관계자에게 뛰어들려다가 경호 인원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결국 상황이 악화하자 황 총리 일행은 군청사 안으로 급히 들어갔다.
주민 설명회는 아수라장으로 변해 오전 11시 40분께 군청과 붙어있는 군의회 건물 출입문으로 빠져나온 황 총리 일행은 청사 북쪽에 있던 미니버스에 올라탔으나 바로 주민에 둘러싸였다.
총리 일행이 탄 미니버스는 주민들이 던진 날계란으로 더럽혀졌다. 주민들은 버스 주변을 둘러싸고 출입을 막고 트랙터 경운기 등을 동원해 주차장 입구를 봉쇄했다.
경찰도 버스 주변에 진을 쳤고 주민들은 버스 주변을 에둘러 싸고 막아섰다.
김항곤 성주군수가 나서서 자제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으나 성난 민심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 성주 군민들이 "사드배치 결사반대"를 외치며 농성을 하고 있다. © 세계뉴스 |
주민들과 대치속 소강상태가 이어지던 중 오후 2시 50분께 현장에 나와 지휘하던 조희현 경북경찰청장은 날아온 물병에 맞아 왼쪽 눈썹 윗부위가 5㎝ 가량 찢어졌다.
사드 배치 주민 설명회가 좀처럼 사태 진정이 보이지 않자 오후 4시 15분께 주민 대표 5명은 미니버스 안에서 황 총리 등을 만나 40분간 면담을 했으나 뾰족한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다.
대치전이 계속 이어지자 황 총리는 오후 5시 40분께 수행원 등을 대동해 미니버스에서 빠져나와 군청 뒤편으로 나갔다.
정부 측은 경호원의 도움을 받아 준비해 놓은 승용차로 황 총리를 옮겨 태워 오후 6시 10분께 성주읍을 빠져나와 성산포 군부대로 이동해 헬기 편으로 서울로 돌아갔다.
총리가 떠난 뒤 일부 주민은 오후 8시경부터 군청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벌였다.
지난 12일부터 단식을 시작한 김항곤 성주군수는 이날 탈수증세로 병원치료를 받은 뒤 군수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장장 6시간이 넘는 대치도 그렇지만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에 국정 컨트롤타워인 국무총리가 국정 지휘 공백을 초래한 건 문제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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