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뉴스] 문경훈 기자 = 정유년 새해에 정유업계가 중국발 위기를 걱정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1월부터 자국에서 생산되는 정유 제품의 품질 기준을 한국과 똑같은 수준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한국 정부의 환경 기준을 충족하는 중국산 제품이 한국으로 들어올 날도 머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전문가는 "그간 한국이 국제 수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던 것은 품질이 큰 몫을 했다"며 "중국이 같은 품질을 내놓기 시작하면 수출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의 어려움도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새해부터 경유 황 함유량 규제 기준을 50ppm 이하에서 10ppm 이하로 강화했다. 지난해까지 만해도 중국의 황 함유량 기준이 국내보다 약해 중국산 제품의 한국내 수입 자체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중국산 제품의 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2009년부터 경유 황 함유량을 10ppm 이하로 규제하고 있다.
중국에선 자동차 수요 확대로 휘발유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디젤 차량은 가솔린 차량에 비해 적어 경유는 남아돌고 있다. 정유업계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이미 올해 1월분 한국도착 선적 물량 준비를 마쳤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경유 공급과잉에 시달린 중국 정부가 자국 업체 수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다”며 “중국산 경유가 알뜰주유소나 자가폴 주유소(특정 정유사와 독점 계약을 하지 않고 여러 정유사나 석유 수입사로부터 기름을 받아 판매하는 주유소)에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공장 등 경유를 대량으로 쓰는 소비처에서는 직접 중국으로부터 수입해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으로 3%였던 석유제품 관세는 단계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가격 결정 과정에 정부의 영향력이 미치는 중국 경제 특성상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취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2013년까지만해도 중국은 석유 제품을 주로 수입해 왔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고, 중국 업체들이 자체 정제 역량을 키우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특히 휘발유 대비 수요가 적은 경유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2014년 3월 석유제품 수출액이 수입액을 앞지르면서 석유제품 순수출국으로 탈바꿈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2년 중국의 석유제품 무역수지는 114억 달러 적자였지만 2014년엔 20억3600만 달러 흑자로 돌아섰고, 2015년에는 47억51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고품질 석유 제품을 국제 수출 시장에 내놓게 되면 국제가격 하락으로 제품 마진(이익)이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수출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은 중국에 추월당하는 사레도 나오고 있다. 한국이 가장 많은 석유제품을 수출하는 싱가포르에선 중국의 수출액이 우리나라를 앞질렀다. 호주에서도 2016년 기준 한국의 수출액은 40% 가량 감소한 반면, 중국은 26%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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