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 상징의 만리장성 벽화 앞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 세계뉴스 |
[세계뉴스] 문경훈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올해 신년사에서 '특별한' 연출을 했다.
이전에는 중난하이(中南海)의 자신의 사무실에서 신년사를 발표했으나, 올해는 중국을 상징하는 만리장성 벽화를 뒤로하고 화면에 나섰다. 특히 신년사에서 처음으로 '주권'을 언급했다.
시 주석의 이런 행보에 '함의'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이런 주권 강조의 배경에는 주권을 침해당했다는 인식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세계 G2(주요 2개국)을 자임해온 중국에 주권침해 압박을 할 국가는 미국 밖에 없다는 점에서, 시 주석의 주권 언급은 미중 갈등의 핵심인 남중국해 문제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시 주석의 이런 주권 수호 의지는 향후 중국이 남중국해 문제를 포함해 외교·안보 문제에서 강공을 펼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이달 중에 정식 취임할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 행정부가 중국의 핵심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남중국해 문제와 대만문제는 물론 미중 무역에서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는 가운데 시 주석의 주권 언급은 미국과의 갈등과 대결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1일 중국 매체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달 31일 관영 중국중앙(CC)TV 등을 통해 전국에 방송된 신년사에서 "우리는 평화발전을 견지하면서도 영토 주권과 해양권익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그 누가 어떤 구실을 삼더라도 중국인들은 절대로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데서 이런 분위기가 읽힌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은 시 주석이 신년사에서 처음으로 주권을 거론하며 영토 주권과 해양권익 보호를 강조했다고 분석했다.
둬웨이는 시 주석의 이런 발언이 지난해 7월 헤이그 국제 중재 재판소의 남중국해 판결을 겨냥한 것이라면서, 지난해까지 자신의 중난하이(中南海) 집무실 책상에 앉아 신년사를 발표했지만 올해는 만리장성이 그려진 벽화를 배경으로 마이크 앞에 선 채 발표한 데 그런 의지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남중국해 주권을 부정한 국제 중재재판소의 판결을 바탕으로, 남중국해에서 항모 전개 등 무력성 시위를 해온 미국에 대해 맞서겠다는 의지로도 보여 올해에도 남중국해 미중 갈등은 불가피해 보인다.
시진핑 주석의 올해 외교 강공 의지는 지난 26∼27일 개최된 공산당 중앙정치국 '민주생활회'에서도 엿볼 수 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국가 핵심 이익에 보호를 위해 상대와 맞서며 고난 앞에 굴복하지 말고 중화민족의 근본 이익을 훼손하는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등 자국에 대한 각종 도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중국은 올해 주권 수호를 포함해 일련의 문제에 마주칠 가능성이 크다.
싱가포르국립대(NUS) 정치학과 이안 총(莊嘉穎) 교수는 올해 중국이 더 많은 불확실성에 직면할 것이며 국제 정세가 지난 몇 년보다 더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가 무역과 환율 문제에서 강경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더 많은 불안정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중국은 지난해 강공 외교가 나름대로 성과를 거둬 올해에도 기대되는 바가 적지 않다.
미국이 주도해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이 탈퇴를 선언하면서 이탈 국가가 늘어남에 따라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힘을 얻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아프리카 서부의 소국인 상투메 프린시페가 대만과 단교를 결정함으로써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에게 타격을 줬다는 점도 중국 외교의 성과로 볼 수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올해의 경우 트럼프 취임으로 중국과 현안을 놓고 마찰이 심해질 것으로 보임에 따라 시진핑 주석의 외교가 주권을 앞세우는 강공 전략으로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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