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성주군 롯데 골프장. 미군들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를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 세계뉴스 |
[세계뉴스] 이남우 기자 =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비용 10억달러를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드 청구서' 발언을 놓고 1일 청와대와 백악관이 각기 다른 주장을 하면서 논란이 도리어 확대되는 모습이다.
어제(30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마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전화 협의를 가졌으나 사드 비용 논란은 점입가경이다. 양측이 협릐 결과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청와대는 김 실장과 맥마스터 보좌관의 통화 직후 보도자료를 배포해 “주한미군 사드 배치 비용부담과 관련한 한·미 간 기존 합의 내용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부지와 기반시설 등을 제공하는 대신 미국이 사드 배치와 운영·유지 비용을 부담한다는 기본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맥마스터 보좌관이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언급은 동맹국들의 비용 분담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여망을 염두에 두고 일반적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말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자국내 여론을 의식한 “국내 정치용” 발언이란 의미다.
그 의미대로라면 트럼프 대통령에 사드 비용 청구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서 맥마스터 보좌관이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청와대의 설명과는 다른 이야기를 내놓자 오히려 논란은 확대됐다.
맥마스터 보좌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선데이’와의 방송 인터뷰에서 한국 측에 사드 비용 부담과 관련한 기존 협정을 지킬 것이라고 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내가 가장 하기 싫어하는 것이 대통령의 발언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그런 게 아니었다”고 답했다.
이어 “내가 말한 것은 ‘어떤 재협상이 있기 전까지는 그 기존 협정은 유효하며 우리는 우리 말을 지킬 것’이라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 청구서 발언을 재확인한 것이다. 나아가 10억달러 청구를 위해 기존 사드 배치 합의를 파기하고 비용 부담과 관련한 재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의사까지 내비친 것으로 풀이됐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안보실 명의의 문자 메시지를 통해 “김 실장과 맥마스터 보좌관 간 통화와 관련해 전날 발표한 내용에 추가로 언급할 사항은 없다”며 “맥마스터 보좌관이 언론 인터뷰시 언급한 내용은 한·미 간의 기존 합의가 유효하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으로 본다”고 못 박았다.
양측의 통화 내용은 사드 배치 비용을 미군이 부담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국방부도 이날 문상균 대변인을 통해 "사드비용 분담 문제는 한미 간에 이미 합의된 사안으로 주둔군지휘협정(SOFA)에도 명시돼 있다"며 "재협상 사안이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안보 당국은 맥마스터의 발언에서 중요한 것은 재협상이 아니라 기존 협정이 유효하다는 데 있다는 입장이다. 안보실 관계자는 “재협상 쪽에 방점이 있다는 것 보다 현재 협정의 합의가 유효하다는 쪽으로 해석을 하는 게 맞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 얘기가 있으니까 그것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재협상까지 유효하다는 말을 붙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 측 안보 당국의 바람대로 맥마스터 보좌관 발언의 진의가 사드 배치 비용 재협상에 있지 않다고 해도 방위비분담금과 관련한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는 전망이 많다. 내년에 예정된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미국측이 사드 배치 비용을 어떤 형식으로든 반영시켜 우리 측에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5년마다 체결되는데 오는 2018년 만료됨에 따라 내년 초부터는 협상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은 지난해 약 9200억 원의 분담금을 지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공공연히 한·미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주장해 왔다.
안보 당국도 이와 같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김 실장은 지난해 7월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포괄적인 의미에서 방위비 분담액이 주한미군의 인건비, 시설비 등 이렇게 해가지고 항목이 나눠져 있기 때문에 (사드가) 포함되면 들어갈 수 있다”며 사드 비용이 방위비 분담금 안에 포함될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국방부도 이날 대변인 브리핑에서 사드가 방위비분담금의 인상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해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의 한반도 방위에 대한 기여도, 우리의 재정부담 능력, 한반도 안보상황,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여건 보장 등의 종합적으로 고려를 통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책정될 수 있도록 협의해 나갈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편 미국의 사드비용 요구에 우리 국민들은 “도로 가져가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도 심상정 후보는 “가져가라”고 말해야 한다고 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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